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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天敵)을 이용한 유기농 해충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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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天敵)을 이용한 유기농 해충 관리
  • 박종호
  • 승인 2018.02.02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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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박종호]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얼룩말은 필사의 힘으로 도망가고 사자 역시 필사의 힘으로 추격해 잡아먹는다. 이 장면을 우리는 자연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자연의 법칙은 아프리카 초원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많다. 토끼와 여우의 관계가 그럴 것이고, 쥐와 고양이가 그럴 것이다.

글 사진 | 박종호ㆍ한은정(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천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잡아먹는 쪽을 천적이라 말한다. 곤충의 세계에서도 천적의 관계는 존재하며 자연에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천적 활동은 서로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농업에서는 다르다.

한 가지 식물만 재배해 그 식물을 먹이로 하는 해충이 발생하는 반면에 이를 잡아먹는 천적이 부족해 식물에 큰 해가 발생하므로 농약과 같은 약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농업에서 천적의 이용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농약이나 친환경 농자재의 사용 대신, 자연을 모방하여 해충을 억제할 수 있도록 천적을 넣어주거나 천적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최초의 천적 이용 성공사례

천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처음으로 해충방제에 성공한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에서 보고됐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감귤에 깍지벌레가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화학 합성농약을 사용하여도 방제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 해충이 호주에서 온 것이며, 그곳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이 깍지벌레의 천적인 배달리아 무당벌레라는 것을 알아냈다. 호주에서 온 배달리아 무당벌레가 캘리포니아에 방사된 지 2년 만에 이 해충은 캘리포니아에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 성공 사례는 여러 해충에 대해 활용할 수 있는 천적 개발의 기폭제가 되었다.

유기농업에서의 천적의 활용

유기농업에서는 대량으로 증식한 천적을 농작물에 뿌려 해충을 방제하기도 한다. 특히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작물에 대해 효과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천적을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해충을 방제한 사례는 딸기이다.

딸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해충은 점박이응애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해충이지만 식물의 잎에서 양분을 빨아먹어 딸기에 주는 피해가 크다. 이렇게 문제가 되는 점박이응애를 방제하기 위해서는 칠레이리응애라는 천적을 사용한다. 칠레이리응애는 점박이응애 알부터 어른벌레까지 잡아먹는다. 보통 칠레이리응애 한 마리가 점박이응애 알 30개 또는 점박이응애 10마리를 하루 동안 먹어치운다. 딸기 외에도 파프리카에서 담배가루이를 방제하기 위해 천적인 온실가루이좀벌이나 황온좀벌, 지중해이리응애를 활용하고 진딧물을 방제하기 위해 콜레마니진디벌을 활용한다.

또 오이에서도 총채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오이이리응애나 미끌애꽃노린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 발생하는 해충에 따라 다양한 천적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천적은 천적을 생산하는 회사로부터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여러 천적회사에서 18종의 천적이 생산되고 있으며 딸기, 수박, 오이 등 다양한 시설작물에서 이용되고 있다.

자연 천적의 증진

최근 자연에 존재하는 천적이 더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천적의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이 재배하는 작물 이외의 다양한 식물을 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종 잡초 중의 하나인 얼치기완두는 고추를 재배할 때 같이 심으면 땅을 덮어 다른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여 잡초를 방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다양한 천적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해충의 대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작물 이외의 식물은 다양한 시기에 꽃을 피워 벌 종류의 천적에게 꿀을 제공하여 천적의 활동을 더 왕성하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텃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적
 

(사진 위)진딧물과 기생당한 머미. (아래) 무당벌레번데기(3마리)와 무당벌레 애벌레(1마리)

작물 이외의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텃밭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천적이자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 풀잠자리, 진디벌을 꼽을 수 있다. 무당벌레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모두에게 친숙한 곤충이다. 하지만 진딧물에게는 이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을 것이다. 무당벌레가 하루에 200마리의 진딧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다.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무당벌레는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의 과정을 거친다. 봄에 불빛에 이끌려 집 안으로 날아 들어오기도 하는 풀잠자리 역시 텃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적이다. 무당벌레와 마찬가지로 풀잠자리도 진딧물을 먹고 살며 평생 동안 약 2000마리의 진딧물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어른벌레의 모습과는 달리 애벌레는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진디벌도 텃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천적이다. 진디벌은 진딧물이 발생하면 날아와서 진딧물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이 알은 진딧물 몸속에서 부화되어 자라나 몸을 뚫고 나온다. 진디벌이 기생한 진딧물은 미라(mummy)처럼 변하게 된다.

만약 진딧물이 텃밭이나 베란다 화단에 발생했다면 주변을 둘러보아 천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농약 대신 천적을 넣어주는 것, 자연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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