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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유 유현수 셰프, 제주 미식 여행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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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유 유현수 셰프, 제주 미식 여행을 부탁해
  • 이연숙 기자
  • 승인 2018.01.1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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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이연숙 기자]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던 한식 1세대 유현수 셰프. 이번에는 현지인처럼 살아 보는 제주 미식 여행을 전파한다.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이미 붐이 인 지 오래. 지금 당장 제주로 떠나야 할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귀가 솔깃해지는 유 셰프의 여행 제안서. 

요리하며 현지인처럼 살아 보기
 

 
무료하게 반복되는 바쁜 일상, 여행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은 ‘현지인처럼 살아 보는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을 맛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기에 그 중심에 미식 여행이 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도 그곳에 이르는 방법이 다양하듯 현지인처럼 살아 보는 미식 여행도 마찬가지. 유 셰프는 현지 음식을 직접 요리해 보는 길을 권했다.

“먹는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먹다’와 ‘산다’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또 여행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요리를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식재료를 사더라도 현지인을 마주해야 합니다. 외국인 경우,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눈을 맞추며 몸짓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요. 시장을 쭉 한 바퀴 돌면서 그들의 표정을 보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 속에 머물며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차려진 음식을 먹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현지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죠.”

미각만으로 감지할 수 없는 것들을 요리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한 그릇으로 나왔을 때는 미처 몰랐을 현지의 속사정.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와 생소한 재료,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 음식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모두 녹아 있어 문화를 체득할 수 있는 셈이다. 

제주에서 부는 여행 바람

유 셰프는 섬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현대에 이르러 교통 등의 발달로 접근이 쉬워졌지만, 육지와 동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홀로 솟은 섬은 폐쇄적인 위치상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꽃피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무인도를 소재로 한 영화처럼 판타지가 있다고. 셰프로서는 섬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발견하고 요리하는 맛의 모험이 클 터.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지만, 갈 때마다 색다른 느낌이에요. 재래시장에 꼭 방문하는 편인데, 특히 제주 오일장 일정에 맞춰 가려고 합니다. 쭉 둘러보다 보면 꼭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한 할머니가 제주에서만 나는 귀한 까마귀쪽나무 열매를 생으로 한 바구니에 듬뿍 담아 파시길래 그대로 다 산 적이 있습니다. 골다공증, 관절, 허리 등 이곳저곳에 다 이롭다며 효능을 늘어놓는 할머님의 이런저런 말을 쭉 들었어요. (웃음)”

다소곳이 쪽 찐 머리 덕분에 우리네 할머니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가 그런 일화를 전하니 배로 미소가 번졌다. 여행자에겐 할머니들의 알아듣기 힘든 심한 사투리조차 제주의 향수로 기억될 것이다. 늘 새로움이 끝이 없다는 그를 통해 순간 여행자의 자세를 느꼈다. 지치는 순간이 오지만 고비를 넘어서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게 여행의 묘미니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제주도 요리 
 

제주에 매료된 유 셰프. ‘에어비앤비 키친 오브 아시아(Airbnb Kitchens of Asia)’ 프로젝트의 한국 대표로 선정되었다. 부상하는 음식체험 여행 트렌드에 발맞춰, 아시아 대표 휴양지 네 곳을 모티브로 각국의 저명한 스타 셰프 4인과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요리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 결과 인도, 일본, 태국, 한국의 각 요리 문화를 담은 다양한 요리법이 탄생한 것이다.

강원도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유 셰프는 할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의 영감을 얻었다. 에어비앤비의 키친 오브 아시아 캠페인에서도 제주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진정한 한국의 맛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음식 문화가 있으며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다. 서울 음식도 제주 음식도 한식이다. 제주도는 우리의 대표 휴양지일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는 곳. 세계적인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프로젝트인 만큼 레시피 포인트에 한식의 세계화와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일단 제주의 느낌이 살아 있어야 했어요. 제주 향토 음식을 기반으로 전통 음식이 가진 정체성과 현재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성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았습니다. 제주의 향수가 가득한 음식이더라도 재료를 구하기 위해 온종일 헤매 다녀야 한다면 누가 요리하려 하겠어요? 물론 사라진 향토 음식이 많습니다. 잊힌 것들을 발굴하며 우리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이어가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서 안에만 머물러 있는 그림의 떡 같은 요리가 아니다. 에어비앤비 제주 레시피는 요리를 꺼리고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도 숙소에서 간편하게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똑같은 채소인데, 나물을 무치는 것과 샐러드를 만드는 것 어느 쪽이 더 쉽게 느껴지세요? 한국 사람들조차 한식이 어렵게 다가오거나 한식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몰라서, 많이 해 보지 않아서, 자주 접해 보지 않아서 등 이유야 다양하지만 먹기만 하면 알 수 없는 부분, 즉 괴리감이 생겨요. 우리가 먼저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겨야 그것이 바탕이 되어 세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죠. 어렵고 복잡하면 있어 보인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쉽고 편안한 방향으로 가야 해요.”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여행자들이 숙소에서 현지 식재료 10개 이하로 30분 내 조리하는 에어비앤비의 초간단 레시피는 한식이 가까워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족이 식구가 되는 여행
 

 
“일생 동안 다니는 여러 여행 중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도 있을 거예요. 추억으로 간직되는 건 뭔가 특별했기 때문에 뇌리에 박히는 거죠. 이런 여행에는 인물과 음식이 있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 요리를 해먹는 경험은 더 소중할 수밖에 없어요. 요즘에는 서로 바빠 한집에 살더라도 식사를 따로 하는 경우가 많고, 1인 가구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함께 요리하는 것이 어색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결국엔 추억이 되죠.”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 한다. 같이 장보고 요리하며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한 후 설거지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게다가 요리는 입을 꾹 다물고 할 수 없다. 대화가 오가며 소통의 장을 이룬다. 가족과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혀 균열이 생기기도 하는데, 요리를 통해 맛있게 풀어내는 관계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가족은 진정한 식구가 된다.

추운 겨울 남쪽의 섬 제주도로 향한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포근할 테고. 부엌이 있는 숙소에서 북적북적 오순도순 제주의 풍미가 가득한 건강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현지인처럼 살아 본다. 잊지 못할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덤. 여유를 만끽하는 오가닉 라이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사진 양우영 기자 에어앤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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