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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Camino de Santiago, 프리미티보길 Primit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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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Camino de Santiago, 프리미티보길 Primitivo
  • 조숙희
  • 승인 2017.12.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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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행보의 끝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례였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고대 켈트족과 로마인들은 당시로서는 더 갈 수 없는 서쪽의 ‘땅끝’(The end of the world : 현재의 피니스테레 ‘Finisterre’, 갈리시아어로 피스테라‘Fisterra’)에 있는 태양신전을 참배하기 위하여 은하수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성년(산티아고 성인의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인 해)에 순례하는 사람은 사후 연옥기간을 면제해 준다고 해서 7월 25일이 일요일인 날은 전 세계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를 향해 다양한 순례에 오른다.

글·사진 조숙희 오지여행가

오늘날 대표적으로 꼽히는 산티아고 길이라면 단연 프랑스길(Camino de Frances:생장~산티아고), 포르투갈길(Camino de Portugues:리스본~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 Norte:이룬~산티아고)이다.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프랑스길은 프랑스 국경을 넘는 피레네 산맥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평야를 걷는 길이 많고 알베르게가 곳곳에 있어서 여름 휴가철에는 엄청난 순례자들이 몰려든다. 포르투갈길은 600km 정도로 짧은 코스인데다 완만한 코스로 걷기에 좋다. 단 리스본에서 포르투(370km)까지 알베르게가 없어 비싼 호텔을 이용하며 걸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북쪽길은 해안 휴양도시들을 가로 지르는 코스이지만 순례자들이 아직까지는 많지가 않다. 더구나 북쪽 길에서 나뉘는 프리미티보길(오비에도~산티아고:오리지널길)은 큰 산들이 즐비하게 있기 때문에 여름휴가 시즌에도 다른 코스에 비하면 한산하며 평소 산행을 해 오던 이들이 도전하는 코스이다.

로마제국 도시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프리미티보길은 안개가 유난히 심하다. 새벽 일찍 출발할 경우 일교차로 인한 짙은 안개로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길을 잃을 수 있다. 해발고도가 꽤 높은 프리미티보길에서는 안개로 인해 산에서 길을 잃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파드론(Padron)을 출발하면 파라다벨라(Paradavella) 마을 입구에 있는 바 외에 25㎞를 걷는 중간 아무것도 없다. 길은 완만한 굴곡인데 나중에는 다리가 풀릴 정도의 구간이 9㎞ 정도 된다. 중간에 식수가 없기 때문에 물은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하고 떠나야 한다. 프리미티보길의 숲 속을 걸으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곳들이 훼손된 것 없이 잘 보존이 되어 있어 부러울 뿐이다.

오카다보(Ocadavo)에 있는 알베르게는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지친 순례자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멋진 경치에 감탄하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알베르게가 보이는 찰나의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내일이면 새벽같이 반사적으로 길을 나설 것이다. 그때는 아마도 또 설레며 일어날 것이다. 드디어 700고지로 내려서기 시작하였고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산티아고로 입성할 생각에 남은 일정의 부담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멈춰버린 루고(Lugo)는 갈리시아 지방자치주의 하나로 해발고도 465m로 칸타브리아 산맥이 동서로 뻗어 있으며 곡저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성벽은 85개의 탑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옛 시가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성곽에 올라서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2000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에 선정되었고 고딕식 성프란시스코 성당과 로마네스크식 대성당이 유명하다.
 

로마시대에 세워진 루고 옛성벽의 모습. 그 안은 옛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로마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3세기 후반에 축조된 성벽 전체가 그대로 남아 있어 로마 시대 서유럽의 군사 문화를 잘 보여준다. 6개의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산토도밍고 광장이 있는데 이 안에 기원전 1세기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세운 켈트족으로부터 루고를 쟁탈하기 위한 기념 독수리 상이 있다. 성벽 아래로 강이 휘감아 흐르고 있고 로마시대 다리인 MIHO 역시 건실하게 버티고 있다. 루고 마을을 2㎞ 가량 벗어나면 산티아고까지 100㎞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거리였는데 어느새 며칠이면 순례의 종지부를 찍을 생각을 하니 1분 1초가 더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숲길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 또한 산티아고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산미구엘 데 바쿠린(San Miguel de bacurin)으로 가기 전까지 10㎞는 비포장도로와 시멘트 길을 걷는 지루한 길이다. 루고 알베르게가 44명의 순례자를 수용했다면 19㎞ 떨어진 산로마오 데 레트로타(San Romao da Retorta) 알베르게는 12명을 수용하는 숙소이다. 나머지 인원은 안내책자 대로라면 10㎞ 떨어진 호텔로 가던가 30㎞ 떨어진 멜리데(Melide) 알베르게까지 강행군을 해야만 한다. 이 마을에는 슈퍼, 레스토랑, 바가 없다. 산로마오 데 레트로타 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큰길로 다시 돌아 나가서 지도에서 알려주는 길로 가는 방법과 알베르게 앞을 통과하는(이 길이 소개 안된 가이드북도 있음) 길이다. 두 길은 결국에는 만나게 되어 있다.

수많은 마을을 지나지만 상점도 없는 정말 산골 마을들이다. 10㎞ 지점의 호텔을 지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가난한 순례자에겐 45~50유로 하는 숙박비는 사치이다. 70년대 우리나라를 보는듯한 마을을 몇 개 지나 호텔에서 9㎞ 지점인 세이아스(As seixas)마을에 알베르게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새로 지은 숙소다 보니 가이드북에 소개가 되지 않은 곳이지만 시설은 깔끔하고 무엇보다 식료품을 실은 봉고차가 오후 1시, 5시에 숙소를 찾아온다. 세이아스 마을을 지나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희미해 무작정 큰길만 따라가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신경 써야 한다. 해발 660m 산에는 보라색과 노란색 이름 모를 꽃이 온 산을 뒤덮고 있고 산티아고까지 서서히 고도는 내려앉게 된다.

프랑스길과 합류하면서 프리미티보길과 아디오스~

생장에서 출발하는 프랑스길(Camino de Frances)과 만나는 멜리데(Melide)로 입성한다. 마을 광장 근처 왼쪽에 뽈뽀(Pulpo,문어)요리로 유명한 에세끼엘(Ezeguiel)식당에서 꼭 문어 한 접시 먹고 가자. 삶은 문어에 올리브오일 듬뿍 뿌리고 고춧가루 살짝 뿌렸을 뿐인데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식사시간에는 끝없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적하게 프리미티보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은 멜리데에서 급격히 늘어난 순례자들로 정신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길을 성수기 때 걷는다면 알베르게 자리 차지를 위해 순례를 마치는 그날까지 치열한 발걸음을 계속해야 한다. 멜리데에서 산티아고까지는 큰 도로를 수 없이 건너야 하고 찻길을 걷는다. 산길이 없어진 만큼 숲길의 호사도 없어지고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걸어야 한다.

리바디소(Ribadiso) 마을 가기 전 알베르게를 통과하고, 리바디소에 도착하면 두 개의 알베르게가 더 있는데 두 곳 모두 추천하는 곳이다. 개성 있는 숙소의 모습과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3㎞ 떨어진 아르주아(Arzua)의 알베르게는 수도원으로 사용된 건물로 이 곳 역시 추천하는 숙소이다. 프랑스길은 숙소가 자주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서 묵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페드로조(Pedrouzo) 알베르게는 산티아고 입성 마지막 알베르게로 많이 이용을 하기 때문에 수용인원이 120명이지만 성수기에는 11시 전에 도착해 줄을 서야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펜션과 호텔이 많아도 대부분 예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코스 계획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산티아고까지 20㎞를 가야만 숙소를 구할 상황이 온다. 페드로조를 벗어나는 숲길을 지나면 4㎞ 정도는 길옆으로 나무가 없기 때문에 빨리 통과를 하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를 건너는 구간도 있기 때문에 이정표 또한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쁨의 언덕에서 발걸음을 멈추면 산티아고 대성당이

갈리시아 방송국과 에스파냐 방송국을 지나 아스팔트길 3㎞ 를 걸으면 몬테 고조(Monte do Gozo) 상징물에 도착을 한다. 몬테 고조는 ‘기쁨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500~1,200명을 수용하는 알베르게도 있다. 옛날 순례자들은 이곳 ‘기쁨의 언덕’에 이르러서야 멀리 산티 아고 대성당을 보며 순례의 끝에 이르렀음을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지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건너면 산티아고 시내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산티 아고 병원 정원으로 돌아서 대성당 광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항상 안개에 뒤덮여 있기 때문에 시퍼런 이끼로 세월의 옷을 입고 있는 성당의 외부모습에 압도된다. 말을 이을 수 없을 만큼 먹먹한 감동과 기쁨과 희열과 울분이 말없는 눈물로 모든 것을 대신해 말을 한다. 카테드랄 주 제단 아래는 지하 묘지로 성 야고보와 그의 두 제자가 매장되어 있다. 이곳이 순례의 마지막 목적지인 것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보물 중 또 하나는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라는 거대한 향로이다. 이 향로는 여덟 명의 사제들이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겨야 움직이게 되는데 성당 위를 날아오르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이다.

산티아고 시내는 모두가 역사이다. 시간을 두고 구석구석 다녀 보는 것을 권하며 재미있는 곳을 소개하면 대성당 옆 국립 호텔 ‘파라도르’에서는 오전 7시, 12시, 저녁 7시에 순례자 1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아침을 제외하고는 순례증을 가지고 주차장 입구에 줄을 서서 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시간변경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시간이 된다면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100㎞ 지점에 있는 피니스테레(Finisterre)의 작은 해안 마을에도 다녀오자. 대륙의 끝이라는 의미의 0km 표지석 너머 십자가에는 순례자들이 자신의 물건을 태우는 의식을 하며 대륙에서 보는 마지막 일몰을 기다린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떠나는 당신에게 배낭의 무게만이 짐은 아니다. 배낭 안에 있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고 진정 내가 느끼는 무게는 내 안에 있는 것이 가장 큰 것이다.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고,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해질수록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행복의 눈물을 흘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부엔 카미노(Buen Camino “순례길 축복을 빕니다”라는 뜻의 순례자간 인사말)!!!

피니스테레의 유명한 조형물중의 하나로 대부분 자신이 신고 온 신발을 이곳에서 태우는 의식을 많이 한다.

여행 TIP

▶ 배낭 패킹하는 법
첫째, 배낭의 무게는 순례자의 가장 큰 적이다. 배낭의 무게는 10kg가 넘지 않도록 줄이자. 보통 자기 몸무게의 10%만 짊어지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순례를 시작하다 보면 불필요한 것들이 분명 생긴다. 그때는 따로 정리해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보내도록 한다. 가장 많이 버리는 것이 책, 옷 순이다. 순례길이 너무 힘들어 사실 상 알베르게 도착하면 책 읽을 체력이 없다.
둘째, 배낭만 제대로 패킹해도 무게가 줄어든다. 가벼운 것은 배 낭 아래와 바깥쪽으로, 무거운 것은 위와 등쪽에 붙여서 넣는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헤드(배낭뚜껑), 사이드포켓에 넣는다. 좌 우대칭으로 무게중심을 맞춰야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다. 배낭 밖에는 가급적 물건들을 매달지 말자.
세째, 스틱을 잘 활용하자. 프리미티보길은 산을 넘는 길이기 때 문에 스틱은 필수 품목이다. 스틱을 사용함으로써 배낭 하중을 30% 정도 줄일 수 있다. 처음 사용하는 경우라도 이틀 정도 어색 한 걸음마 단계를 지나면 자연스레 익숙해진다.

▶ 순례 중 응급상황 대처법
순례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발에 생기는 물집과 빈대 이다. 물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하면 도움이 된다.

- 등산화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트레킹화를 준비한 후 길을 들이도록 하자. 새 신발이 아직 내 발에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로 가게 되면 100% 물집이 생기므로 최소 4~5번은 신고 걷는 연습 을 한다.
- 물집이 발생 하면 상처부위를 손대지 말고 실을 이용하여 물집 을 뚫어야 한다. 단,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소독을 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통기를 시킨 후 출발 전 에 반창고를 붙여 마찰을 줄이도록 한다. 심하게 피부가 벗겨지거나 감염이 되었다면 즉각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빈대에 물리지 않는 방법은 따로 없다. 한국에서 바르는 모기 약 하나를 준비해 가자. 판초우의를 침대에 깔고, 미리 스프레이를 살포했는데도 물렸다면 긁지 말고 모기약을 수시로 발라 줘야 한다. 가려움 때문에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따르지만 한번 긁기 시작하면 물린 주위 근육이 뭉치고 혈관이 손상 되어 피가 날수 있으므로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이후 5일 정도면 통증이 사라진다.

▶ 참고할 만한 인터넷사이트
- 산티아고 순례길 안내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네이버 카페 http:// cafe.naver.com/camino
- 대학인 순례자협회 한국지부 http://cafe.naver.com/caminor/
- 영국 산티아고 협회 http://www.csj.org.uk/
- 산티아고 가는길 스페인 사이트 http://caminodesantiago. consum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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