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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 숨겨진 야성의 산, 횡성 어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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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 숨겨진 야성의 산, 횡성 어답산
  • 노규엽
  • 승인 2017.12.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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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군 어답산 789.4m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강원도 횡성에서는 누구나 ‘횡성 한우’를 떠올린다.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나 좋은 육질과 품질을 자랑하는 한우를 제외한다면 한겨울 강원도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특징은 칼바람이 부는 거친 산등성이와 매서운 추위다. 곳곳에 들어선 군부대의 담벼락도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깊은 오지의 느낌을 자아낸다.

오지는 또한 야성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과 그저 바라만 보아도 웅장하고 경쾌한 풍광은 찬바람과 더불어 도심에선 경험할 수 없는 거친 야성을 드러낸다. 겨울의 산은 더욱더 거칠고 황량하다. 그러나 그 황량함이 다른 계절의 산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과 또 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가슴 속 시린 찬 공기를 뚫고 산을 오른 후에는 이곳만의 풍성한 보상이 기다린다. ‘횡성 한우’와 따듯한 온천이 그것. 이른 겨울 산행과 온천을 겸할 수 있는 횡성의 어답산을 소개한다.

글·사진 노규엽 기자

초반에 얕보면 큰 코 다쳐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 자리한 어답산은 진한의 마지막 임금 태기왕의 슬픈 전설이 깃든 산이다. 신라 박혁거세와의 패권 다툼에서 패한 그는 멀리 강원도 횡성 땅까지 몸을 피한 뒤 재기를 꿈꿨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는 그와 관련한 지명들이 지금도 여럿 남아있다. 태기왕이 흙 묻은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 군사들을 조련하였다는 병지방리, 왕이 다녀간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어답산 등이 그것이다.

산행기점인 횡성온천으로 향하는 길은 과연 강원도답게 높고 낮은 산들이 연이어 늘어서 있다. 횡성온천 주차장에서야 비로소 눈앞에 어답산의 전모가 드러난다.

어답산은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첩첩한 산골짜기 중에서도 더 깊게 들어간 자리에 있어 아직 무엇에도 때 묻지 않았다는 듯 한없이 푸른 하늘을 모자처럼 눌러쓰고 있다. 이 지역의 해발고도 자체가 높아서인지 800m에 근접한 산답지 않게 키가 그리 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산행은 횡성온천을 기점으로 선바위~장송~낙수대~낙수대~어답산 정상을 거쳐 안말~동막 방면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을 마친 후 횡성 온천에 들러 지친 몸을 담그는 것 역시 어답산 산행의 필수 코스.

이 무렵 산길은 떨어져 말라버린 낙엽들로 가득하다. 그다지 좁지도 넓지도 않은 등산로지만 잘 정비되어있어 길을 잃거나 헷갈릴 염려는 없다. 다만 낙엽 길과 계단 길을 계속 올라 야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오름길이 숨을 차오르게 한다. 출 발지점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초반부터 가 파른 오르막은 제법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후로도 가파른 길은 지속된다. ‘대체 이 오르막이 언제쯤 끝나나’ 싶은 생각 이 들 정도로 숨이 찰대로 차올랐을 때 쯤 처음으로 노란색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후로는 급경사 길이 사라지고 적당한 안부가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뜸 눈앞에 확 다가오는 커다란 바위 하나. 이것이 처음 마주치게 되는 선바위다. 펑퍼짐한 육산으로만 보였던 초반 산행 길과는 확연히 다르 게 큼직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어 파란 하늘과의 조화로 인해 더욱 웅장해 보인다.
 

초반 급경사를 오르고 나면 마주치는 선바위.

선바위를 둘러보고 바위 옆을 돌아 올라서면 횡성의 마스코트인 한우가 그려진 표지판과 벤치 등이 나타난다. 이곳의 높이는 698m, 정상까지는 이제 약 0.9km가 남았다.

동막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삼거리 표지판을 지나 조금 오르니 어느 순간 조망이 확 트이는 장소에 다다른다. 이곳부터가 조망이 좋아지기 시작하는 정상능선이다.

수령 300년 장송 지나야 정상

묘 1기를 지나 조금 더 오르자 가장 높은 듯한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정상인가 싶어 올라가보니 조그마한 케른이 하나 있을 뿐 별다른 표지도 없고 나뭇가지가 온통 앞을 가려 조망 도 썩 훌륭하지 못하다. 아무리 봐도 정상일리 없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더 높은 봉우리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이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상에 올랐다면 반드시 지나쳤어야 할 300년 묵은 장송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 지점에서 10분 정도 더 걷자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큰 소나무 하나와 노란색 표지판이 보인다. 과연 300년이나 살았다는 풍채가 예사롭지 않은 장송이 서 있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이곳저곳으로 팔을 뻗친 장송. 300년 동안이나 강원도의 세찬 바람을 맞으며 자란 소나무, 그 사실만으로 도 곧은 의지와 절개가 느껴지는 소나무라는 생각에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에 이르기 전 마주쳐야 하 는 300년 묵은 장송. 어답산의 상 징으로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굳은 절개를 보여준다.

정상능선에 올라선 이후 산길은 암릉으로 이어져 한층 더 조심히 지나야 한다. 더구나 좌우에서 불어대는 세찬 칼바람이 몸을 뒤흔들 정도라서 자칫 실족할 염려가 있다. 정상 200m 전 지점에는 선바위와 비교할 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전망대 하나가 또 있다. 낙수대라 불리는 곳으로 바위 꼭대기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에는 낙수대라는 이름이 천지 개벽 당시 이곳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웠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다소 밋밋한 느낌의 어답산 정상은 빙 둘러 자라난 잡목에 가려 조망이 신통치 않다. 잠시 다리쉼을 하다 하산길로 접어든다. 삼거리로 되돌아오면 이내 내리막이 시작된다. 20분 남짓 가파른 등산로와 험한 암벽구간을 내려가야 비로소 길이 유순해진다. 몇몇 구간에서는 발 디디기가 조심스러워지며 특히 겨울철 산행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정로프가 있긴 하지만 산행 초심자의 경우 홀로 내려서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부드러운 흙길이 다시 시작되고 무덤 한 기를 지나면 얼 마 지나지 않아 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하얀색 송어횟집 건물을 지나 삼거리마을회관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면 횡성 온천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닿을 수 있다. 
 

하산하는 길에는 암릉구간이 많아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교통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중앙고속도 로 횡성 IC로 빠져나온 뒤 횡성읍으로 진입한다. 횡성읍에서는 122번 군도를 이용해 갑천면 추동 방향으로 가면 된다. 갈림길을 만나면 횡성온천 방향을 알리는 입간판을 따른다. 병지방오토캠핑장과 산행들머리인 횡성온천 은 자동차로 10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이다. 캠핑장으로 가려면 어답산관광지 방향으로 계곡 옆 도로를 거슬러 오르면 된다. 국도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 하남시 미사리와 경기도 양평 을 거쳐 횡성읍에 이르기까지 줄곧 6번 국도를 따르면 된다. 어답 산은 들목재를 지나 삼거리로 산행을 마친 후에는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야 출발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먹을거리

횡성군내에 자리한 한우전문 음식점 금강산은 횡성운동장 4차선 도로변에 위치해 찾아가기 수월하다.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맛집 중 하나다. 횡성축협에서 지정한 곳으로 질 좋은 횡성 한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음식점 규모가 커 단체이용도 가능하며 넓은 주차장 또한 갖추고 있다.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 일품인 곰탕 역시 빠뜨릴 수 없는 메뉴.
 

볼거리

횡성온천
2003년 3월 개장한 횡성온천은 수질의 청량감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인 유리탄산(free CO3) 의 성분이 특히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매끄러운 느낌이 강하고 물맛을 좌우하는 총용존고형물(TDS)이 많아 수질의 우 수성과 온천수 물맛이 뛰어나다. 횡성온천은 여타 유명 온천장 에 비하면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다. 폭포탕, 안마탕은 물론 황토찜질방, 옥토찜질방, 인근 포동리 숯 가마에서 가져온 참숯으로 꾸민 숯가마 찜질방에 노천탕까지 있 어 인적 드문 온천탕에서 골고루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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