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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향, 그리고 효능을 담다, 하향주(荷香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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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향, 그리고 효능을 담다, 하향주(荷香酒) ★★★★
  • 백종국 기자
  • 승인 2017.12.1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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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주(荷香酒)는 술에서 연꽃 향기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연꽃을 재료로 사용하지는 않으며 찹쌀을 주재료로 한 발효주이다. 유가주, 백일주라고도 불리며 1996년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다.

하향주는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등 전통 식문화와 관련된 17종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아마도 임진왜란 당시 대구 인근의 천연 요새이던 비슬산에 주둔하던 장수가 광해군에게 하향주를 진상하였고 이를 맛본 광해군이 ‘천하명주’라 칭찬했던 영향도 있는 듯하다.

하향주는 조선시대에 앞서 신라 흥덕왕 때 병란으로 소실된 비슬산 유가사 도성암을 중창할  당시 인부들에게 제공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 또는 이후 하향주는 사찰 술로서 산속 차가운 냉방에서 수도하는 선승들에게 몸을 데우기 위해 마셨던 건강음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에서는 술을 금기시했지만 계율의 경계가 무의미한 고승의 경지에서 술은 기를 보충하는 음료였을 뿐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하향주는 “독이 없으며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하고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 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향주는 찹쌀 외에 인동초, 약쑥, 들국화 등을 사용하여 빚는데, 원료에 따른 효능으로는 위장보호(찹쌀), 해독 및 미용작용(인동초), 혈액순환 개선 및 노화 방지(약쑥), 두통 제거 및 기관지 보호(들국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번에 맛본 하향주는 비슬산 아래서 빚은 정통 하향주로 하향주가영농조합법인에서 제조한 술이다. 할머니와 어머니(김필순 · 대구 무형문화재 제11호)가 술을 빚을 때 도우면서 자연스레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박환희 옹은 전통누룩의 우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하향주는 발효주로는 짧지 않은 100일 동안 발효되는데 그 과정에서 숙취의 원인이자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증발된다고 한다.

직접 가본 비슬산은 대구 남쪽 산세가 수려한 1,000미터급 산으로 거기서 나오는 물은 인근 달성강, 밀양강으로 흘러들어간다. 하향주는 비슬산의 맑은 물과 그 아래 펼쳐진 유가면의 특산인 찹쌀, 거기다 인동초, 약쑥, 들국화를 사용해 빚은 술이다. 전통의 제조방법을 유지하여 옹기에서 장시간 발효시키되 여과, 살균, 숙성 등 후처리 공정을 현대화하여 균일하고 안정적인 품질의 하향주를 생산한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은 17%.

직접 맛본 하향주는 노란 액체에 누룩 맛, 찹쌀 맛, 국화 맛 등이 고루 느껴진다. 단맛이 우세하지만 잘 음미해보면 신맛, 쓴맛, 떫은맛이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거북스러울 수도 있는 누룩 맛이 다른 맛과 향에 의해 누그러졌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캐러멜 맛이 엷게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중국인들도 좋아한다고 하니 쌀로 만든 중국의 발효주인 황주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연 밭에는 많이 가봤지만 연꽃 향은 알지 못한다. 남들은 매화꽃과 장미꽃 냄새가 섞인 그윽한 향이라고 하는데…. 그런 선입견 없이 직접 맛보는 게 우리 전통주를 아는 제일 좋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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