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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가루 대신 쌀가루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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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가루 대신 쌀가루는 어떠세요?
  •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 승인 2017.10.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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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가 느껴진다. 가을 색이 꽤나 짙어진 요즘 농촌 들녘은 벼 수확과 보리, 밀 등 겨울 작물 파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올해 벼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모내기철에는 가뭄이, 생육기에는 잦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풍, 폭우 등 기상 재해로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위안을 삼을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벼 수확 시기가 되면 마냥 기뻐하기보다 쌀값과 쌀 재고 문제 등 근심과 걱정이 더 많아진다. 줄어든 쌀 소비로 인해 남아도는 쌀이 국가적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 1970년대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136kg이었지만, 현재 1인당 쌀 소비량은 60kg수준으로 감소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아침밥을 거르는 사람들의 증가, 밀가루로 된 제품 소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달라진 국민 식습관에 맞춰 쌀도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쌀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이 나오고 있고, 쌀의 영양학적 특징을 살린 제품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글루텐 프리’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로 만든 가공식품의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유아용 간식 시장에서 쌀을 이용한 식품들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쌀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가루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현재 생산하는 쌀 가공식품은 대부분 습식 쌀가루를 이용한 것이다. 습식 쌀가루는 쌀을 물에 불려 빻은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떡을 만들기 위해 방앗간에 불린 쌀을 맡기고 빻아 나온 것을 떠올리면 된다. 
 
습식 쌀가루는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쌀가루 생산 업체에서는 쌀을 불리고 물기를 빼는 등의 복잡한 제분 과정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손꼽는다. 따라서 밀처럼 바로 제분해 사용할 수 있는 건식 쌀가루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쌀을 제분하면 밀가루처럼 나올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현재 밀 제분기로는 쌀을 가루 형태로 만들 수 없고, 가루를 낸다고 해도 밀가루처럼 식품 원료나 부재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는 쌀의 가공 적성이 밀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쌀과 밀은 태생이 다르다. 밀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전분 구조가 포도 알처럼 둥글둥글한 덩어리로 되어 있고 뿌옇게 보인다. 반면 쌀은 다이아몬드처럼 각진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어 틈새가 없고, 투명하게 보인다. 이러한 복잡한 전분 구조의 차이 때문에 쌀을 가루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밀과 같은 전분 구조를 갖고 있어 가공 적성이 좋은 쌀(벼) 품종이 필요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빵, 면, 맥주 등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적합한 쌀가루 품종 ‘한가루’를 개발했다. 올봄에는 수제 맥주 제조 기술로 한가루를 활용한 쌀 맥주를 만들어 시음회를 열었다. 소비자 평가 결과 응답자의 72%가 시판될 경우 구매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그 이유로는 부드러운 목넘김(37%)과 쌀 맥주의 희소성(33%), 향이 좋음(21%)을 들었다. 

또한 쌀가루 전용 품종 ‘수원542호’는 기존 밀 제분기를 이용해 가루로 만들 수 있어 쌀 제분에 드는 비용 절감도 실현했다. ‘수원 542호’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가공식품인 빵·맥주 등을 만들어 우리나라 제분·식품·제빵 대기업 연구진과 식품 관련 대학교수, 쌀가루 가공 개인 사업자에게 선보였다. 맛, 소비자 기호도, 제품 품질 등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밀가루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고품질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만장일치 의견을 모았다.

이제까지 쌀은 밥이나 떡으로만 먹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빵, 면, 맥주뿐만 아니라 의약용, 미용, 산업용까지 영역을 넓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쌀의 무한 변신이 기대된다. 앞으로 모든 국민들이 쌀의 우수한 영양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쌀 소비 확대를 위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해 본다.

글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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