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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을 일깨우는 ‘생수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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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을 일깨우는 ‘생수 포비아’
  • 김종면 논설위원
  • 승인 2017.09.2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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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위원] 굳이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는 고사를 끄집어낼 것도 없다. 자고로 사람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살아가는 데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맥도날드 불고기버거 파동에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아직도 ‘먹거리 포비아(먹거리 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또 ‘생수 포비아’라니 우리는 지금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한 생수 제품에서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해당 업체가 제품 회수와 환불 조치에 나섰다. 생수 제품 ‘충청샘물’을 제조‧판매하는 생수나라는 지난 15일 사과문을 통해 충청샘물(O.5L, 2.0L PET)의 이취(약품 등)를 인정, 공인된 검사업체에 제품 검사를 의뢰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재공지하고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매일 마시는 생수는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위생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통돼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충청샘물에서 휘발유 냄새 등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은 심각한 사태다. 충청샘물은 전국 10대 수원지 가운데 하나인 차령산맥의 천연 미네랄 암반수를 사용해 생산된 것으로, 안정적인 수질관리와 원수량 확보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제품을 알리는 문구만 보면 가히 ‘자연수’로 착각할 정도다. 그런데 악취가 난다고 하니 이 무슨 조화인가. 청정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다분히 상업적인 마케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으로서의 물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다.

생수 품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도 구제역 발생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생수에서 악취가 난다는 제보에 따라 시중에서 유통되는 생수를 검사한 결과 일반 세균이 검출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해당 생수 제조업체는 천연 암반수로 염소처리 같은 것을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먹는 샘물의 수질 기준 측정 결과가 아닌 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들로서는 이래저래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번 생수파동에서도 충청샘물 측은 먹는물관리법에 의거해 원수가 철저히 관리되고, 원수 이외의 성분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소비자들은 만성적 위생불감증에 빠진 제조·유통업체들의 안이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 이물질’ 파동 이후 소비자들의 정수기 선택 기준은 ‘가격’에서 ‘위생’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저수조(물탱크)가 없는 직수형 정수기 제품이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직수형 정수기는 물을 탱크에 보관하면서 제공하는 저수조형과 달리 곧바로 물을 뽑아 마실 수 있는 만큼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적다. ‘저수형 이물질’ 파동 이후 정수기 물을 마시는 대신 생수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적잖이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먹는 물은 그만큼 민감한 것이다. 먹거리에 이어 마실 거리까지 불신의 도마에 올랐으니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사태 이후 원수를 외국에서 병입한 고가의 프리미엄 생수 매출이 급증했다. 전통의 프랑스 생수 에비앙을 비롯해 생수로는 유일하게 기네스북에 오른 오 드 페리에, 캐나다산 빙하수 휘슬러워터 등 청정지역에서 원수를 담은 프리미엄 생수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우리에게 특히 잘 알려진 에비앙은 스토리가 있는 물이다. 프랑스 혁명의 해인 1789년 레세르 후작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서 물을 얻어 마시고 신장결석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에비앙은 단순한 물이 아닌 ‘약수’로 포지셔닝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수입 생수에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수돗물도 끓여먹으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생수를 마신다. 생수에서 세균이 검출되고 악취가 나고 하니 수돗물보다 못한 물을 돈을 주고 사먹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참에 모든 시판 생수에 대해 위생검사를 실시하기 바란다. 물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용기 등 외부적인 요인도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깨끗한 물을 잘 마시면 질병의 8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최적의 예방주사는 깨끗한 물 한 잔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물, 아니 ‘좋은 물’은 그만큼 우리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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