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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의 이유 있는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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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의 이유 있는 신드롬
  • 이은주
  • 승인 2017.02.1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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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이 주옥같은 이야기는 올해 최고의 판타지 로맨스로 떠오른 화제 드라마에서 나온 명언이다. 명실상부 로코의 대가 김은숙 작가와 히트작 메이커 이응복 감독이 <태양의 후예> 후 다시 의기투합해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름 하여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tvN에서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5.5%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도깨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tvN 제공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神)비로운 낭만 설화 <도깨비>. 공유부터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등 대세 배우가 총출동해 역대급 판타지 로코가 완성되었다.
불멸의 시간을 살고 있는 도깨비 김신(공유)과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고3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펼치는 운명적인 로맨스는 물론, 섹시하고 세련된 저승사자(이동욱)와 치킨집 사장 써니(유인나)의 러브라인은 흥미를 유발했다. 여기에 도깨비를 모시는 집안의 가신(家臣) 유덕화(육성재)와 도깨비, 저승사자가 한집에 살며 만들어 가는 브로맨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는데….
특히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김신과 저승사자와의 묘한 브로맨스는 김신, 지은탁 커플보다 더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900년을 살아 온 위엄 있는 도깨비와 인간의 생사를 결정짓는 저승사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유치하게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은 <도깨비>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지은탁과 써니가 만들어 내는 워맨스는 또 어떠한가. “사장님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 지은탁에게 “사장님 없을 때는 노는 거야”라는 명대사까지 남긴 신개념 치킨집 사장 써니는 어느 등장인물과도 다른 독특한 케미를 자랑했다.

김은숙 작가의 촘촘한 서사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로 시작된 <도깨비>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궁에서 화살을 맞고 죽은 황후가 김신의 누이, 써니의 전생이고, 저승사자가 왕여였음이 모두 밝혀졌다. 이생에서도 서로 사랑에 빠진 둘의 운명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삼신할머니와 절대 신의 존재, 옥반지의 출처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수수께끼마냥 각 캐릭터의 전생과 이생, 복선을 풀어 나간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시청자들은 또 한번 감탄했다. 무엇보다 김신이 900년 전 왕여를 조정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간신 박중헌에게 복수하던 순간, 소름이 끼쳤다는 반응이다.
김신과 저승사자, 지은탁, 써니, 박중헌까지 그들이 왜 하필 90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까? 모든 퍼즐이 맞추어졌다. 왕여에게 간신 박중헌을 베라는 명을 받고 싶었던 김신은 죽어서도 가슴에 검을 꽂은 채 도깨비가 되어 천년을 살아 왔던 것이다. 그 검의 효용가치는 결국 박중헌을 베는 것이었고, 이는 지은탁의 목에 있던 낙인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은숙 작가가 촘촘하게 쓴 서사. 도깨비의 탄생부터 그 탄생의 배경, 전생과 현생, 도깨비 신부, 저승사자 등 여러 인물들을 휘감고 있는 서사가 <도깨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영상의 힘, 파국일까 시작일까

물론 제아무리 작가의 필력이 빼어나도 이를 영상으로 잘 담아내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판타지 멜로는 연출력이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도깨비>의 영상미는 이응복 PD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첫눈이 흩날리는 밤, 드넓게 펼쳐지는 메밀꽃밭….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을 판타지도 퍽 아름답게 꾸며냈다. 장엄하게 표현된 사극신은 아주 절정이다. 화면의 구성이나 영상미,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모든 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 PD의 존재는 진정 <도깨비>의 숨은 힘이라 하겠다.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등 명배우들의 열연, 김은숙 작가의 촘촘한 서사, 이응복 PD의 연출력 세 박자가 맞물린 <도깨비>는 시청률 20%를 코앞에 두고 있다. 도깨비 신부의 품에서 무로 돌아가 버린 김신의 뒷이야기가 꽤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모양새다. 벌써 온라인에서는 결말을 예상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파국일까? 분명한 것은 김신이 본 지은탁의 10년 후 모습과 목걸이, 계약서는 도깨비가 무로 사라지듯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너무 격렬해서 처연했던 그들의 마지막 키스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운일 것이란 기대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목의 낙인이 사라지는 순간 지은탁이 귀신을 보지 못하듯 김신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다음 만남은 모든 기억을 지운 상태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 지독한 사랑의 여정이 이제야 시작되려는 걸까, <도깨비>의 앞날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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