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1:55 (목)
실시간뉴스
빛바랜 패스트푸드의 상징 '맥도날드'
상태바
빛바랜 패스트푸드의 상징 '맥도날드'
  • 김종면 논설위원
  • 승인 2017.09.04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은 특정 브랜드와 무관합니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위원] 글로벌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의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햄버거병에 이어 이번에는 집단장염 사태다. 맥도날드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인 불고기버거를 먹은 초등학생 등이 복통과 설사·고열 등 장염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제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만큼 정확한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국민의 먹거리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맥도날드측은 지난 2일부터 모든 매장에서 불고기버거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불고기버거는 연간 3600만개가 판매되는 인기 상품이다. 불고기버거는 1997년 한국을 겨냥해 출시한 일종의 특화 제품으로 쇠고기로 만드는 다른 프랜차이즈의 불고기버거와 달리 돼지고기 분쇄육(패티)으로 만든다. 맥도날드의 간판 상품인 빅맥’보다 값이 싸고 한국 특화 메뉴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맞아 주력 상품으로 군림해 왔다. 이번 집단 발병이 불고기버거에 들어간 돼지 분쇄육의 위생 문제와 관련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맥도날드는 지난해에도 해피밀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은 여자아이가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는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100/g 이하)의 3배 이상 초과 검출돼 우려를 낳았다. 

이쯤 되면 맥도날드는 위생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맥도날드 제품 매뉴얼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나아가 제조 공정에서 경영 전반에 이르는 구조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릭 슐로서가 쓴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보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분쇄육 육가공 현장의 현실, 맥도날드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 등 패스트푸드 산업 전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분쇄육을 만드는 공정은 비위생적이기 짝이 없다. 슐로서는 “햄버거 분쇄육을 만드는 공정은 매우 비위생적이다. 증식된 이콜리 0157균은 지용성 독인 시가톡신을 만들어내는 데, 이는 큰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햄버거 제품 등과 관련된 발병의 주된 원인으로 덜 익힌 분쇄육을 꼽는다. 분쇄육은 비록 양이 많지 않더라도 분쇄 공정 중에 세균이 뒤섞이기 쉽다. 그런 만큼 충분히 익혀먹지 않으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햄버거 분쇄육에는 안심이나 등심 같은 ‘살코기’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비위생적이기 쉬운 내장도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패스트푸드업계는 소비자들의 햄버거 기피 현상이 전면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단견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맥도날드 제국’은 몰락의 길을 걸을 지도 모른다. 패스트푸드에 관한 한 맥도날드의 상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맥도널드화라는 말을 만들어낸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 교수(메릴랜드대)에 따르면 이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시스템이 효율성을 앞세우며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맥도날드는 그동안 얼마나 관리·감독과 위생에 철저했는가 돌아봐야 한다. 맥도날드의 매뉴얼과 대처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점포의 위생과 매출, 서비스 등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슈퍼바이저’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배달업무 등에 주력하며 정작 위생 등 본질적인 문제에 소홀히 한 점은 없는가. 총체적인 점검이 시급하다. 
 
리처 교수는 맥도널드화를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가능성 등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에서 이러한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지나친 합리화를 추구하는 나머지 개인의 창의성과 삶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맥도날드 사태를 접하며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아침 식사로 종종 먹는다는 햄버거. 미국 TV 채널 HBO의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 되기’를 보면 버핏이 콜라 한 병을 앞에 두고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버핏은 거물급 인사가 찾아와도 가까운 맥도날드 매장에서 끼니를 때우고 공항으로 데려다주곤 한다고 한다. 억만장자의 3,000원대 소박한 밥상, 이젠 그런 ‘낭만’도 낭만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사진 매거진플러스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