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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 그린트러스트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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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 그린트러스트 피플
  • 유화미
  • 승인 2017.03.2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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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도시에서 만나는 그린과의 우연한 만남은 뒤돌아볼 여유 없이 뛰고 있는 현실에서도 우리에게 여전히 생명은 움트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도시화와 공업화가 일반화된 요즘엔 그런 우연한 만남조차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귀한 기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여기, 시민과 함께 만드는 녹색 도시를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그린트러스트의 이우향 국장과 진다예 코디네이터를 만나 함께 꿈꿔 본 녹색 도시.

시민과 함께 만드는 녹색 공동체, 서울 그린트러스트

커튼을 넘어 내리쬐는 햇살과 귀 따갑게 울어대는 새소리로 여는 아침을 꿈꾸며 우리는 오늘도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와 함께 억지로 하루를 시작한다. 푸른 녹색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길을 걸어 회색빛의 높은 고층 빌딩 숲을 헤쳐 나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해진 요즘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녹색을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나 자신의 손으로 집적 만든다면 얼마나 더 가치 있고 풍요로워질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서울 그린트러스트다.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도시를 녹화시키는 숲을 만들고 시민 참여를 통해 그 숲을 관리하여 녹색 문화를 우리의 생활 속에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다. 도시 곳곳에는 쓰레기가 방치되거나 안전에 위협적인 버려진 자투리땅이 숨어 있다. 그러한 공간에 시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도 하고 벤치를 갖다 놓기도 해서 숲을 조성하는 일이 서울 그린트러스트가 주로 하는 일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현재 서울 숲 공원과 노을 공원을 포함해 4개의 큰 도시 공원이 조성되었고, 작은 동네 곳곳에 25개의 우리 동네 숲이 조성되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도시를 살리는 한 시간의 기적, 공원의 친구들

“공원이라는 공공 공간을 이용하는 주체는 바로 시민들이잖아요. 그 공원의 주인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야만 100년, 그리고 200년 후의 다음 세대에게 울창한 녹색 공원을 물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원을 관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꽃과 나무들을 심고 돌보는 녹지 관리와 벤치와 화장실, 전기 등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시설 관리가 그것인데, 이것들을 담당하고 있는 시에서는 여기에 할애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공원들이 꽤 많다.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이런 공원들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받아 ‘공원의 친구들’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심고 공원 내에 있는 벤치에 오일을 발라 주는 등의 일을 하는 자원봉사 활동이다. 이 공원의 친구들에 참여해 활동을 하면 기부도 함께 할 수 있다.

1시간 동안의 자원봉사가 1만 원의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시스템이다. 이 기부금은 해당 공원에 필요한 재료와 시설 보수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활동 후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곤 하는데, 공원의 친구들의 활동은 특히 2~30대의 청년층에서 그 만족도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부를 하고는 싶지만 돈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청년층들은 공원에서 봉사를 하는 것 자체가 기부로 이어지니 자신이 직접 기부를 하는 것 같아 활동의 가치를 2~3배 이상으로 느낀다고. 2016년에는 6천여 명 정도의 시민이 공원의 친구들에 참여해 1만 3천여 시간동안 공원을 가꾸고 1억 3천만 원 정도를 해당 공원에 기부했다.

나누는, 꿈꾸는, 커가는, 나꿈커 기금

큰 공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등하굣길, 출퇴근길, 시장가는 길 등 일상의 공간에 자그마한 공원을 만드는 일도 서울 그린 트러스트가 하는 활동 중 하나다. 이 공원을 만들 때 인근 주민들이 설계부터 조성까지 함께 참여하는데, 어떤 식물을 심고 싶은지 또 어떤 시설물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는지 같은 의견들도 적극 반영된다.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언제나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3~4년이 지나 방문해 보면 이 공간을 찾는 빈도와 관심이 점점 감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찾아 그 원인을 물어봤더니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원예에 대한 무지였다. 식물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혹시 나 때문에 꽃과 나무가 잘 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두 번째는 시간과 돈의 부족이었다. 행정 기관 내에 속해 있는 공원을 제외한 민간 공원은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성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었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만들어진 녹색 공간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 서울 그린 트러스트는 ‘나꿈커 기금’을 생각해 냈다. 가장 먼저 주민들을 대상으로 숲을 관리하는 원예 교육을 진행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역량이 길러지면 관리를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의 후원을 통해 숲을 관리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녹색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화목한 수레

이렇게 많은 활동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어떤 것이었냐는 질문에 이우향 국장은 꽃이 담긴 수레를 끌고 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만났던 ‘화목한 수레’였다고 대답했다. 서울 숲 공원이 들어선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서울 숲 공원 안에만 녹색이 있을 뿐 그 외곽 주변은 아직도 회색빛으로 가득하다.

이런 녹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수레에 꽃 같은 식물들을 담아 돌아다니며 공간 개선이 필요한 도시 곳곳에 심었다. 그 꽃을 보고 관심이 생긴 주민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함께 심기도 하고 도시 녹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식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소소한 녹색을 통해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제가 사실 그때 당시에 슬럼프를 겪고 있었거든요. 근데 화목한 수레를 끌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 녹색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 하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까 슬럼프가 극복되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초록 바이러스에 전염된 도시

꽃이 담긴 수레를 끌며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고 되새기려 매순간 노력한다는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녹색 바이러스가 가득한 곳이 그녀가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그 녹색은 꽃이 될 수도 있고, 나무가 될 수도 있고 공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녹색들을 접하고 누릴 수 있는 도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단다.

긍정적인 영향이 가득한 초록 바이러스를 도시 곳곳에 전파시키기 위하여 그린 트러스트는 도시 공원과 숲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 둘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도시의 녹색들이 건강성을 회복하고 그 영역을 넓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하고 바라 본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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