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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위의 꿀벌,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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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위의 꿀벌,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03.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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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빌딩 숲을 헤치고 들어가자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달콤한 꿀을 만들고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국내 도시 양봉가 1호인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를 만나 우리 모두가 달콤해지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우리가 지켜야 할 꿀벌

매년 벌초 때가 되면 벌에 쏘이지 않게 조심하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렇게만 보면 벌이 우리에게 주는 건 피해 밖에 없어 보이지만, 벌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인슈타인이 말하기를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꿀벌이 과연 무엇이길래 우리의 존폐마저 결정한다는 것일까.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100대 농작물의 무려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꿀벌이 수분 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무려 6조 원에 이르며,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노동 가치는 373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량은 모두 꿀벌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꿀벌이 우리 땅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지난 2010년 꿀벌 구제역이라고 불린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국내 토종벌의 90%가 폐사되어 멸종 위기를 겪었다. ‘낭충봉아부패병’이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말라죽고 만다. 이렇게 위기를 겪으며 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벌들을 이제 우리가 지켜 주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충분하다.

벌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다

어반비즈 서울은 <꿀벌이 만드는 달콤한 세상>을 목표로 벌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소셜 벤처기업이다.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꿀벌이 사라지는 걸 막고 꿀벌의 중요성과 가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으레 ‘벌’이라고 하면 도시보다는 시골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를 만난 곳은 그 끝을 보려면 고개를 하늘로 힘껏 들어야 하는 고층 빌딩이 숲속의 나무처럼 빼곡히 자리 잡은 명동 한복판이었다.
“도시가 벌들이 살아가기에 의외로 아주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벌들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죠.”
벌이 우리에게 아주 이로운 곤충이라는 사실도 생소하지만, 도시에서 그런 벌들의 개체 수를 늘리고 양봉까지 한다는 건 더욱 흔치 않은 일이다. 박진 대표는 그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환경과 농업, 그리고 사회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 모든 것의 교집합이 바로 도시 양봉이었다고. 또한 그 누구도 하지 않고 있는 생소한 분야이기에 겪어야 할 어려움은 많겠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겠다는 판단 아래 과감히 어반비즈 서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시가 달콤해지는 투자

“꿀벌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존재이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그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게 많은 곤충입니다. 그 중요성만을 보면 주목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박진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꿀벌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갖게 하는 것. 꿀벌이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 존재인가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국내 1호 도시 양봉가인 박진 대표는 도시 양봉가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해 많은 이들에게 도시 양봉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는 11기까지 도시 양봉가 교육 과정을 이수해 약 1,000여 명의 도시 양봉가가 탄생했다. 또한 사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시범 교육도 진행해 그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노숙인들에게 양봉 기술을 가르쳐 주고, 도시 양봉장을 마련해 꿀을 통한 소득을 증대시키는 활동들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사회 문화적 가치의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꿀벌의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 내에 꿀벌을 위한 꿀벌 정원 및 밀원 숲을 조성했다. 현재는 명동에 위치한 옥상 숲을 포함해 약 5곳까지 그 수를 늘렸다. 꿀벌을 무작정 키운다고 해서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벌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꽃과 나무는 벌들에게도 좋지만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것들이다.
꿀벌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았지만 각자의 삶이 있는 우리가 꿀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일반인들이 박진 대표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도시 양봉 서비스를 의미하는 허니뱅크다. 도시에서 양봉을 하고 싶어도 시간과 장소 등의 제약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위해 어반비즈 서울에서 고안한 것이 위탁 도시 양봉. 양봉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거나 금액을 투자하면 도시 양봉에 참여할 수 있다. 소액도 가능하며 향후 투자 금액만큼 수확물을 나눈다. 이렇게 투자를 받아 도심 내에 소형 도시 양봉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는 27곳에 도시 양봉장이 들어섰다. 도시라는 특성에 맞춰 도시형 벌통을 개발하는 등 도구의 현대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벌통과 IT기술을 접목한 시제품도 개발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꿀은 관행 양봉 방식과는 달리 농약, 항생제,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3無 사육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 이런 생산 방식은 비교적 많은 양의 꿀을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꿀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벌의 생태와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모두가 달콤해지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도시를 바꾸고 꿀벌을 지키는 유쾌한 일에 동참하세요

꿀벌과 공존하는 도시를 위해 꽃과 나무를 심는다는 박진 대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그 첫 번째는 더 많은 꿀벌을 사육하기 위해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꽃과 나무가 필요하다. 도심 내에 여의도의 약 100배 규모의 꿀벌 정원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진 대표. 이 꿀벌 정원을 통해 벌들에게 더 많은 밀원 식물을 제공하고, 도시를 더욱 달콤하게 할 도심 내 소형 양봉장을 2020년까지 약 200곳에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을 함께 지켜 나갈 도시 양봉가의 수를 10만 명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
달콤한 꿀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량 제공의 일등 공신인 꿀벌. 이제는 우리가 그런 꿀벌에게 보답을 할 차례가 다가왔다.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이 도심 속 꿀벌을 지켜 나가야 한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유화미 기자]│사진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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