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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아침, 설날 떡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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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아침, 설날 떡국 이야기
  • 김혜경 기자
  • 승인 2018.02.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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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혜경 기자] 하얀 가래떡을 썰어 넣고 소고기와 달걀 고명을 얹어 만든 떡국은 오래 전부터 새해를 연 음식이다. 한 해가 시작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진정으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다. 따라서 새해가 밝아오면 대표적인 흰색 음식인 떡국을 먹으며 지난해의 액운을 쫓고 새롭게 시작된 한 해의 복을 바랐다. 기다란 가래떡에는 장수의 의미도 담겨 있어, 떡국은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집안의 평안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설날이면 가족이 모여 떡국이 먹으며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전통이다. 지금도 설날이면 으레 떡국을 끓이지만, 예전에는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설날은 가까이 다가오지만 어린 것에게 떡국 한 그릇도 먹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아이에게 떡국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고 싶어 전당포 문이 닫히기 전에 떡 사고 간장 사서 설 아침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빨아 다듬은 옥양목 치마 한 벌을 전당포에 맡겼다. ‘이십 전이라도 주시오’ 이 말을 들은 전당포 주인이 ‘치마를 어디에 쓰느냐’라고 말하면서도 치마를 놓고 가라며 삼십 전을 내주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의 신문 기사다.

음력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굳이 떡국을 끓여 먹으며 한 해를 맞이한 것일까? 설날 떡국을 먹는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떡국은 하늘에 복을 빌면서 먹는 음복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 떡국을 먹는 풍속은 상고시대 이래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먹었던 음복 음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천지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다. 양의 기운이 돋아나 만물이 되살아나는 날,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빌며 한 해 동안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먹던 음식이 바로 떡국이라는 것이다.

너무 추상적이라서 선뜻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떡국에 도대체 어떤 소원을 담았을까? 떡국 재료인 가래떡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래떡은 다른 떡과 달리 끊어지지 않게 길게 늘여 만든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설날이면 멥쌀가루를 쪄서 커다란 목판 위에다 놓고, 떡메로 무수히 내리쳐 길게 늘여서 만든다”고 했는데, 굳이 힘들게 무수히 내리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떡을 길게 만든 것은 가래떡에 장수와 재복의 소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국수를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떡국에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 가래떡은 굵고 길다. 그래서 떡국을 끓이려면 떡을 썰어야 하는데, 흥미롭게도 옛 문헌에서는 하나같이 가래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다고 표현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동전처럼 얇고 가늘게 썰어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은 후 후춧가루로 양념을 한 후에 먹는데, 이를 떡국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동국세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한양의 세시 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에서도 섣달 그믐날이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가늘게 썬 후 설날 떡국을 끓여서 식구 숫자대로 한 그릇씩 먹는다고 했다.

물론 <동국세시기>나 <열양세시기>에서 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다고 표현한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새해 첫날 먹는 음식은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어 떡국 또한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설날 떡국
<재료>
떡국 떡 700g, 국간장 1큰술, 소금과 후춧가루 약간씩, 달걀 1개, 대파 10cm(1/4대), 김가루 약간
*육수-쇠고기(양지머리) 200g, 물 1,500cc, 대파 1/2대, 마늘 3쪽, 양파 1/3개, 무 70g, 청주 1큰술, 마른 표고버섯 1개, 다시마 사방 10cm 1장
*고기 양념-간장 1/2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다진 파 1/2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떡국 떡은 찬물 1리터에 소금 1작은술을 넣어 30분간 담갔다가 건진다.2. 쇠고기는 키친타월에 받쳐 핏물을 제거하고, 냄비에 육수재료 모두 넣어 약불에서 50분간 삶는다.3. 2의 고기가 익으면 건져 잘게 찢은 후 고기 양념 재료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4. 완성된 육수는 면포에 걸러 기름기를 제거한다.5. 냄비에 4의 육수를 넣고 가열하다 끓어오르면, 1의 떡국 떡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이다가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6.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끓어오르면 풀어 놓은 달걀물을 넣고, 달걀이 익으면 불을 끈다.7. 그릇에 담아낼 때 따로 무쳐 놓은 3의 고기와 김가루를 올려 담는다.

건강 떡국
<재료>
떡 500g, 마른 표고버섯 5개, 다시마(사방 20cm) 1장, 무 1/4개, 당근 1/3개, 애호박(또는 냉이) 적당량, 김 1장, 들기름·집간장·참기름 약간씩
<만드는 법>
1. 표고버섯은 1시간 정도 불려 적당한 크기로 찢고, 김은 구워서 가위로 가늘게 자른다. 다시마는 물에 한 번 씻고 무는 적당한 크기로 납작하게 썬다. 2. 냄비에 표고버섯, 다시마, 무를 넣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3. 적당히 끓으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떡을 넣는다. 4. 건져낸 표고버섯은 곱게 채썰어 참기름으로 볶아두고, 유부는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 후 참기름으로 볶는다. 5. 떡을 넣은 국물이 끓으면 당근 채를 넣고 끓인 뒤 그릇에 담고 ④의 고명을 얹어낸다.

*참고도서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윤덕노 저, 깊은나무 펴냄), <떡국을 먹으면 부자된다>(윤덕노 저, 청보리 펴냄)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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