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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광의 재현? 호가든 캔 밀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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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광의 재현? 호가든 캔 밀맥주 ★★★★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01.06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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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가끔 호가든 밀맥주(Belgian Witbier)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좋아한 맥주였지만 호가든 밀맥주는 오비맥주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이후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호가든이 아니더라도 좋은 맥주들이 많이 수입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밀맥주라는 장르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호가든 이후 국내에는 바이엔슈테판 파울라너 에딩거 슈나이더 에델바이스 등 세계 최고의 밀맥주들이 줄줄이 들어왔으며, 지금은 이름을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밀맥주들이 마트나 편의점의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다.
독일 맥주는 맥주순수령에 따라 제한적인 재료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맛의 풍부함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밀맥주 역시 별다른 재료의 추가 없이도 풍부한 과일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 맥주들을 이제 마트에서 그리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해 마실 수 있으니 맥주의 천국이 열렸다 하겠다.
반면 벨기에 밀맥주는 기존 재료에다 말린 오렌지 껍질 등을 추가해 시트러스 향을 강하게 풍긴다. 오리지널 독일맥주에서는 그다지 느끼기 힘든 시트러스 향은 벨기에 맥주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오랜 만에 호가든 밀맥주에 손이 가게 된 것은 캔 용기 디자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용물이 달라졌는지는 몰라도 알코올 도수는 그대로인 4.9%, 생산지는 광주광역시 오비맥주 공장이다. 맥아는 핀란드와 스웨덴 산, 밀맥아는 독일산, 전분은 러시아·브라질·미국산으로 표시되어 있다.
오랜만에 마신 호가든 캔 밀맥주는 ‘밀맥주가 이런 맛도 있네!’ 하는 조그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그동안 줄곧 마셔왔던 독일 밀맥주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크게 다가왔던 듯하다. 부드럽고도 풍부한 밀맥주의 맛을 간직하면서 새콤한 시트러스 향과 그 여운이 기분 좋게 느껴졌던 것이다. 예전에 비해 달콤한 꿀 향은 줄어든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비맥주에서 만든 호가든을 ‘오가든’이라고 평가절하 하지만 호가든은 이미 유럽에서부터 맛에 관한 한 논란이 많았던 브랜드이다. 호가든은 1985년 화재로 양조장이 소실되어 스텔라 아르투어의 투자를 받았다. 스텔라는 다른 양조장과 합병하여 인터브루를 세웠고, 인터브루가 다시 AB인베브로 바뀌며 비용절감정책으로 호가든의 품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수준 이하의 호가든을 용납하지 못했던 설립자 피에르 셀리스는 미국 텍사스로 이주해 오리지널 호가든 레시피에 따라 ‘셀리스 화이트’라는 제대로 된 ‘호가든’을 만들었다. 그러나 양조장 지분을 밀러 사에 매각하면서 원칙이 무시되고 원료의 품질이 나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는 2011년 세상을 떠났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오리지널 호가든은 종말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맛본 호가든 캔 밀맥주에서는 예전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국산맥주 중에서 유럽의 유명 수입맥주들과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호가든 밀맥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AB인베브가 지난 2014년 오비맥주 인수 후 시설과 품질관리에 많은 투자를 한 것이 빛을 본 걸까. AB인베브가 품질 관리가 까다로운 호가든 생산을 벨기에 외에서는 오비맥주에게만 주었다는 사실에서도 오비맥주 호가든의 뛰어남은 잘 드러난다.

글 백준상 기자 사진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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