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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가미한 아마로네? 마시 캄포피오린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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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가미한 아마로네? 마시 캄포피오린 2012 ★★★★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6.12.0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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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둔한 사람들은 영락없이 보르도 와인이라고 할 것이다. 기자 역시 둔한 사람들 편에 속한다. 묵직한 타닌 맛에 언뜻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떠올렸다. 하지만 마시 캄포피오린(Masi, Campofiorin)에 사용된 품종은 코르비나(70%), 론디넬라(25%), 몰리나라(5%) 등 그리 익숙하지 않은 품종들이다.
레드 와인, 마시 캄포피오린은 체리 건포도 계피 꽃 시가 등의 맛과 향을 지녔다. ‘캄포피오린’은 ‘꽃으로 가득 찬’이란 뜻이라 한다. 농도는 진하고 탁하며 알코올 도수는 13%이다. 풀 바디감과 타닌 맛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마시 캄포피오린은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 생산지의 하나인 발폴리첼라의 베네토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제조사인 마시는 2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에서 알아주는 와이너리다.
마시는 이탈리아의 3대 명주 중인 하나인 아마로네의 생산자로서, 이탈리아 와인명가협회인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의 대표 와이너리인 것이다. 역사, 가족경영, 세계와인시장에서의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선택된 11곳의 아마로네 생산자들을 대표하는 ‘파밀리에 델 아마로네 다르떼’ 그룹의 리더이기도 하다.
1964년 처음 만들어진 캄포피오린의 탄생은 아마로네와 관련 깊다. 타닌 맛이 강한 연탄색의 아마로네는 이탈리아에서는 1900년대 초 발폴리첼라 지역의 최고급 와인인 레초토(Recioto)를 만들다가 발효가 중단되지 않아 단맛이 날아가 버린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쓰거나, 달지만 쓴 뒷맛을 남기는 아마로네가 진하고 강하며 기운이 넘친다며 열광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가볍고 활기찬 발폴리첼라 와인과 맛 차이가 무척 커 부담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발폴리첼라보다 좀 더 질감이 풍부하고 아마로네보다는 좀 더 마시기 쉬운 와인을 원했다.
아마로네 생산자인 마시는 한 번 발효시킨 와인을, 약간 건조시킨 같은 품종의 포도 소량과 블렌딩 하여 두 번 발효시키는 이중 발효 기법으로 1964년 캄포피오린을 처음 만들었다. 나중에는 건조시킨 포도와 일반 포도를 혼합해 만드는 방식으로 캄포피오린을 생산했다.
아마로네는 일반적으로 건조시킨 포도로 만드는 아파시멘토(Apassimento) 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마시는 넓은 대나무 받침대에 포도를 자연 건조시켜 와인의 색, 아로마, 탄닌, 당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캄포피오린은 탄닌의 맛으로 발폴리첼라에 무게감을 주었고, 너무 부담스런 아마로네에는 가벼움을 부여했다. 캄포피오린은 말하자면 발폴리첼라와 아마로네의 중간적 존재이다. 대중성인 가미된 아마로네인 셈인데 나름 맛의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매력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글 백준상 기자 | 사진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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