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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정원, 용인의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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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정원, 용인의 전원주택
  • 권지혜
  • 승인 2016.02.29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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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좋은 집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 용인의 전원주택. 산을 등지고 있는 새하얀 집의 대문이 우리를 반기는 듯 활짝 열려 있다. 넓은 정원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가, 그리고 정원 속의 온실 정원에는 추위를 피해 들어온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주인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정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진행 권지혜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이 직접 조성한 정원

 

주인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지는 14년째로 접어들었다. 이전에는 아파트에 살았었다는 주인은 남편의 일터와 조금 더 가깝게 자리 잡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하여 2002년부터 정원을 조성하고 집을 지었다. 조경회사에 맡기면 비용부담도 크고 어차피 자신이 살 집이니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직접 남편과 함께 직접 정원을 디자인하고 꾸미고 가꿨다.
처음에는 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땅이 비스듬하게 언덕져 있어 지대가 아주 낮았기 때문에 나무를 심기에 부적절했던 것. 게다가 근방에 있는 하천이 꽤 큰 편인데, 그 하천의 모래로 이루어진 땅이어서 풀 한 포기 자랄만한 환경이 되지 못했다. 돌이 많았고, 흙이 있다고 해도 거의 모래라고 할 수 있는, 풀이 자랄 수 없는 흙이었다.
땅을 평평하게 고르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흙을 퍼다 날랐다. 그렇게 땅에 흙을 놓고 다져지기를 기다리다가 본격적으로 정원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전문 조경사의 손길이 들어간 정석적인 정원의 형태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난 아주 편안한 느낌의 정원이다. 주인의 손때가 하나하나 다 묻어 있어 어디 하나 손이 안 간 곳이 없다.
봄이 되면 땅의 잔디가 푸릇하게 올라온다. 지금은 봄의 푸른 싹을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랄까. 현재 정원에는 잔디 밥이 깔렸다. 땟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잔디가 1년이 지나다 보면 가을쯤에 흙이 밑으로 빠지면서 드문드문 나온다. 11월 정도가 되면 잔디 위로 땟밥을 채워서 꾹꾹 눌러서 다지는 것이다. 그럼 그 위로 잔디가 생육하기 좋은 땅이 만들어진다.
정원 한쪽에 늘어져 있는 소나무 숲은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 공수해온 33그루의 소나무. 그 옆으로는 활엽수, 침엽수 가리지 않고 다 심었다.

겨울이 힘든 식물을 위한 온실 정원

 

앞마당을 뒤로하고 집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온실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는 식물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훈훈한 공기를 위해 장작 난로를 들여놓고,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했다.
월동이 되는 것들은 다 온실 밖에 두고, 온실에는 월동이 안 되는 분재 종류나 월동이 되지만 추위에 약한 것들을 들여놨다. 수국 종류나 야생화가 온실 안을 가득 메웠다. 평균 3도 가량 낮아 밖이 워낙 춥다 보니 웬만한 지역에서 노지 월동이 되는 식물들도 이곳에서는 밖에 놓으니까 꽃이 피지 않았다.
그런 식물들을 겨울이 되면 바로 온실에 넣어놨다가 봄에 꺼내놓는다. 그렇게 하면 식물이 살기에 적당한 온도가 되어 꽃의 개화 기간도 길어진다. 추우면 다른 식물들보다도 꽃이 늦게 피는 아이들이다. 그런 식물들은 온도가 확 올라가면 빨리 져버린다. 그 식물들에게 온실은 주인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온실이 있어 식물들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만, 주인에게도 겨울철을 화사하게 날 수 있게 한다. 겨울에 푸릇푸릇한 것도 보고 손님들이 오면 온실에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한다. 주인은 “온실이 없었으면 정원이 단조로웠을 거예요”라며 온실 정원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다.
정원이 꽤 큰 편이어서 관리하기 힘들 것 같지만, 주인 내외는 이 생활이 너무나 좋고 만족스럽다.
“남들은 이걸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워낙에 제가 꽃을 좋아하고, 남편도 저를 이해하고 본인도 좋아하고 하니까… 14년간 해왔던 일들이라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심지어 데크 위에 그려진 꽃도 주인 내외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주인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정원

 

이 정원에는 주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데크 위에 수놓아진 꽃도 그 이야기를 만드는 하나의 매개체다.
작년에 이 정원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하우스 웨딩으로 320명 정도의 하객이 왔다. 정원이 워낙 넓어 많은 하객에도 번잡하지 않을 정도였다. 딸의 결혼식을 위한 연단을 만들겠다고 데크를 만들었다. 데크 위에 연단을 직접 그리고 칠해서 만들었다.
딸이 5월에 결혼했는데 초록이 싱그러워 결혼사진도 굉장히 잘 나와 여느 결혼식보다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딸의 친구들이 잔디밭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화기애애한 결혼식 풍경이 만들어졌다. 직접 만든 정원에서 결혼식을 치르니 별도의 식장 비용도 들지 않았다. 뷔페 부르고 이것저것 이벤트도 하면서 정원은 온종일 축제 분위기였다. 딸의 결혼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손녀. 손녀의 백일 사진을 역시 정원에서 찍었다. 딸의 결혼식을 위해 만든 데크의 연단은 정원에서의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야기가 가득한 정원이다.
정원은 주인에게 있어 삶의 원동력을 준다. 푸릇한 정원이나 나무, 온실 속의 식물들을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밖에서 있었던 일도 그 순간 다 잊어버린다. 요즘 흔히 ‘힐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주인 내외는 정원을 가꾸면서 정말 힐링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 사는 곳이 외곽이긴 하지만 공기도 좋다. 14년 전에는 마트 하나도 없어 무섭긴 했지만, 조금만 나가면 대형마트도 있고 살기는 아주 좋고 편하다고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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