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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농부의 귀농의 행복, 고영문 지리산자연밥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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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농부의 귀농의 행복, 고영문 지리산자연밥상 대표
  • 송혜란
  • 승인 2017.08.31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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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영문 대표 제공

어릴 때부터 농부를 꿈꿨던 한 광고쟁이가 있다. 농업에 SNS를 접목해 소셜농부로 유명해진 그는 현재 농부뿐 아니라 SNS 운영자,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부의 꿈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집안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걸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광고 일을 하다 농림부의 귀농 교육 광고 대행 업무를 맞게 된 적이 있어요. 하필이면 제가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약초 교육에 대한 것이었지요. 상당히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국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지만요. 일을 그만둔 뒤 3개월 합숙으로 그 교육을 받았어요.”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지리산자연밥상 고영문 대표를 만나 본다.

 

지리산 뜰지기가 되다

우연한 기회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은 고 대표지만, 그는 이를 DNA 탓이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농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였다. 온라인, 종편 등 미디어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광고대행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때였으니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그가 귀농의 장소로 택한 곳은 전라남도 구례군의 지리산. 약초와 같은 기능성 식품을 재배하기 적합한 곳을 찾던 그는 처음엔 강원도 쪽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이미 좋은 땅은 서울 사람들이 다 차지했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금세 포기했다. 대신 그는 서울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브랜드 파워가 있고, 환경도 좋은 지리산을 귀농지로 택했다. 지리산의 풍경 사진들을 보니 그가 왜 지리산에 둥지를 틀게 되었는지 알 것도 같다. 그렇게 그는 지리산 뜰지기가 되었다.

▲ 지리산자연밥상 고영문 대표가 지리산자락 아래 자신의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사진=고영문 대표 제공)

자연 속 행복한 삶의 매력

귀농으로 그의 삶은 전과 비해 180도로 확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도시의 생활보다 두 배 더 바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농부와 SNS 운영자, 강사, 마케터 등으로 활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에요.”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한다. 아직도 자연으로부터 얻은 삶의 매력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400만 년 동안 수렵과 채취 생활을 했다는데, 불과 100년 안에 이뤄진 산업화로 농경문화를 잊고 산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 감옥과도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농촌, 지리산은 저의 본능을 펼칠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이고요.”
그런 그가 귀농을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비쳤다. 농촌도 이제는 전략적인 비즈니스 모드로 변해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사는 삶이 참 행복하지만, 귀농이라는 게 정말 목숨 걸 정도의 준비된 의지가 없으면 힘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 10억 정도 가지고 오면 문제는 없겠지요.(웃음) 지금의 농촌은 생산뿐 아니라 어떻게 팔아야 하느냐의 고민에 빠져 있어요.”
 

인생 이모작 성공의 비결

귀농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인생 이모작 성공 스토리가 화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 비결은 다름 아닌 농업에 SNS를 접목한 소셜 마케팅의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파는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그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린다. 단순히 사진만 떡하니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도 곁들여 마치 함께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팔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소비자와의 공감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 광고쟁이가 자신의 전공을 제대로 살렸다.
SNS 활동도 하나의 농기구로 여긴다는 그는 소셜농부로서의 명성을 널리 떨친 지 오래다. 그가 운영하는 카카오스토리 채널 ‘지리산자연밥상’의 구독자만 해도 7만2,000명이 훌쩍 넘는다. 주요 고객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40~50대 주부들. 하루 총 노출 수는 13~16만 명에 이른다.
“지리산과 도시를 연결하는 소통의 창이기도 한 SNS는 이제 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몸의 일부예요. 수만 명이 저의 포스팅을 보며 힐링한다고 하니 더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인심 좋은 소셜농부의 재능 기부

포근한 미소로 딱 인심 좋은 농부의 모습을 한 그는 자신의 이러한 능력으로 꼭 사익만을 챙기진 않는다. 전반적인 농업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성공 비결을 알리는 소셜 마케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에 시작해 7년째 이어가고 있는 소셜골방에는 요즘도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남원과 광양, 함양, 2시간이 넘는 거창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가끔은 그가 직접 인근 지역의 농부들을 찾아가 재능 기부를 하기도 한다. 모두 자신이 몸담은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지금은 제 강의를 들은 사람이 청출어람으로 저보다 더 잘하기도 해요.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저 또한 매우 흐뭇해집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라”

강의 진행을 위해 그만큼 연구도 많이 한 그는, 이제 향후 농업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는 혜안이 생겼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친환경 재배다.
“우리가 농사를 아무리 잘 짓는다 해도 중국산 수입산보다 가격 경쟁력은 없다고 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 즉 친환경 재배로 승부해야 해요.”
농업에 있어 SNS 활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농사짓는 과정을 SNS를 통해 공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비자들이 직접 친환경 재배물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과 함께 농사짓는 과정을 공유해야만 농업의 경쟁력이 생겨요. 시대는 변하고 있어요. 얼마나 빨리 그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존폐가 결정된다고 봐요. 농부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지요.”
이의 일환으로 그는 한창 구례오일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구례오일장 프로젝트는 제철요리대회와 지리산꾸러미, 문화공연, 토요프리마켓, 스토리텔러 양성 교육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마케팅이다.
“도시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도 좋아요.” 소셜농부인 그가 향후 어떠한 행보로 또 이목을 집중시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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