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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수도 서울을 품은 명산, 홀로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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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수도 서울을 품은 명산, 홀로 드높다
  • 권지혜
  • 승인 2017.08.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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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비봉능선에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때로 너무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그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의 허파로 불리는 북한산국립공원을 오를 때마다 갖게 되는 생각이다. 울창한 숲길과 빼어난 산세에 절로 감탄사를 토해낸다. 서울에 이런 명산이 있었나, 새삼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늘 푸른 숲과 기묘한 바위봉우리가 자랑인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국립공원이지만, 피곤한 일상에 묻힌 도시인들은 그 가치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천혜의 휴식처가 반드시 멀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가르쳐주는 도심의 보석 같은 힐링 캠프, 북한산의 매력에 빠져본다.

 

◇숲과 계곡, 화강암 봉우리가 조화로운 서울의 진산

북한산(837m)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한북정맥(백두대간에서 한강 북쪽으로 뻗어 내린 산맥)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강을 굽어보며 높게 솟은 산이다. 주변에는 북한산을 빼고 이렇다 할 높은 산이나 명산이 없다. 북한산 홀로 드높다.

북한산은 1983년에 우리나라의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광주 무등산과 함께 도심에 자리한 국립공원이다. 조선시대에는 백운대(837m), 만경대(799m), 인수봉(769m)의 세봉을 인용해 삼각산(三角山)이라 했고, 북쪽의 백두산, 남쪽의 지리산, 동쪽의 금강산, 서쪽의 묘향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오악(五岳)으로 꼽히던 명산이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도 좋지만 미끈하게 잘 빠진 화강암 봉우리가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곳이 북한산이다. 정상인 백운대에서 시작해 암벽등반의 메카인 인수봉, 무속인들의 성지한 보현봉 등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치솟아 올라 장관을 이룬다. 봉우리의 바위 빛은 백설처럼 하얗고 끝이 뾰족해 붓이나 불꽃처럼 생겼다. 짙은 녹음 사이로 솟아있는 모습이 맑게 갠 하늘처럼 선명하고 깨끗해 저 아래와는 다른 세상에 와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수도 서울을 품은 북한산은 예로부터 도읍터의 기운이 성하다고 알려져있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온다. 고려의 삼국통일 예언한 도선국사의 이야기다. 고려태조 왕건의 아버지 왕륭이 도선국사에게 "왕씨왕조가 얼마나 갈 것이냐"고 묻자 천년은 능히 갈 것이라고 답을 하려다 저 멀리 우뚝한 북한산을 유심히 보고는 "아 저 백악(북한산) 때문에 오백년밖에 못가겠소"라고 한탄을 했다고 전해져 온다.

그 후 도선국사가 북한산을 돌아보고 지금의 왕십리 근방을 지날 때다. 문득 눈 앞으로 500년 후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새 도읍터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도선국사는 석공을 불러 그 자리에 돌장승과 십리를 더 가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라는 글자를 새기게 했다.

오백년 뒤 무학대사가 새 도읍터를 잡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엣날의 도선국사가 석비에 왕십리라는 글자를 새겨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말에 따라 10리를 더 가 인왕산과 북악산 아래에서 엄청난 기상이 흐르는 새 도읍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봉능선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

북한산국립공원은 크기(총 면적은 78.54㎢·약 2375만8350평)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작지만 도심과 가까운 이유로 찾는 이들은 가장 많다. 좁은 면적에 사람들이 즐겨찾다보니 산행코스가 지나치게 많아 훼손도 심각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탐방코스만도 13개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공식적인 탐방코스 외에도 무수한 샛길이 나 산 전체의 생태계가 600여개로 조각조각 갈라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산을 사랑한다면 소중한 것은 아끼고 지켜줄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산의 최고 매력 덩어리 봉우리들을 탐방하는 능선산행이다. 워낙 기이한 봉우리들이 많아 주능선, 의상능선, 우이능선, 진달래능선 등 여러개의 코스가 있지만 백미는 비봉능선이다. 서쪽인 향로봉에서 문수봉까지 2.5㎞에 불과하지만 발 아래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북한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이만한데가 없다.

비봉능선 코스는 짧지만 옹골차다. 서울 구기동을 들머리로 해서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을 넘어 대남문에서 다시 구기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약 7.5㎞,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북5도청 맞은편 주택가로 난 골목을 따라올라가면 비봉탐방지원센터가 나오고 여기에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1시간정도 급한 비탈길을 올라야 하지만 능선을 만나면 길이 순해져 걷기 편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0여분쯤이면 만나게 되는 비봉 등산은 조심해야 한다. 바위를 타고 정상으로 오를 수 있지만 바위 타는 것에 익숙치 않다면 돌아갈 것을 권한다. 추락사고가 적지 않게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한번 호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호기로 앞 사람들을 따라 올랐다가 손 잡을 곳도 발을 디딜 곳도 없어 둥그런 바위에 매달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였다. 그 경험이 좋은 교훈이 돼 이후로 위험 표시판이 있는 곳을 만나면 순한 길로 돌아서 간다.

이후 사모바위와 자연돌문, 문수봉(이 곳도 위험하니 우회로를 택한다)을 지나 청수동암문을 넘어서면 북한산 12개 선문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대남문에 이르게 된다. 2층 망루에 올라서면 저 멀리 서울시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대남문 밖으로 나가 구기계곡을 따라 하산하면 출발점이자 총착점인 구기동이다. 비봉능선은 문수봉에 끝나지만 능선을 이어가면 주능선을 따라 백운대까지 갈 수 있다.

▲ 도봉산 망월사 금강문 앞에서 바라본 풍경. 영산전 뒤로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절을 호위하 듯 병풍처럼 펼치어져 있다.

◇도봉산 최고 명당을 꿰찬 망월사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길을 기준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나뉜다. 도봉산쪽에서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오르는 망월사 코스가 운치있어 추천할만하다. 망월사역에서 출발해 원도봉계곡을 지나 도봉산 최고의 명당자리를 꿰찬 망월사를 들러본 뒤 다시 망월사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약 4㎞의 순탄한 코스로 3~4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망월사역을 나와 원도봉탐방안내소를 지나면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계곡길로 접어든다. 이 원도봉계곡은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를 국내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 계곡에서 식당을 하는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과 친해진 것이 나중에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는 계곡은 신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숲과 어우러져 건강하고 풍성하다.

이런 계속을 따라 산길을 오르다 보면 지루한줄도 모르고 천년고찰 망월사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왜 도봉산 최고의 명당자리인지는 금방 깨닫게 된다. 눈 앞으로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절을 호위하 듯 병풍처럼 펼치어져 사시사철 장관을 연출한다. 구름이라도 살짝 낀 날은 더욱 신비스럽다. 이런 망월사 전경은 오른쪽 가파른 돌계단 끝에 있는 금강문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망월사 뒤로난 등산로를 따라 포대능선을 타고 오봉이나 여성봉까지 가서 송추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찾아가기

-북한산을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서울 구기동을 들머리로 해서 향로봉, 비봉, 문수봉, 대남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코스를 타려면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구기동행 버스를 타면 된다. 이북5도청 맞은 편으로 난 주택가 길로 오르면 비봉탐방안내소를 만나게 된다.

-길지만 좀더 무난한 산성입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는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산성입구까지 버스를 타면 된다. 이곳에서는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 코스, 구기동으로 넘어가는 대남문 코스를 선택해서 오를 수 있다.

-도봉산 망월사 코스는 서울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글 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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