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3:00 (목)
실시간뉴스
등록문화재 제413호 ‘서교동 최규하 가옥’
상태바
등록문화재 제413호 ‘서교동 최규하 가옥’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7.08.15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 예술인 생가 탐방
▲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전경

최규하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10대 대통령이다. 격동의 시기에 신군부 세력에 의해 임기 8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했다. 그는 정부 수립 이후부터 대한민국의 자주국방과 외교 기반에 공헌해 굴지의 성과를 이루었다. ‘유근유공(부지런한 노력만이 그 공을 인정받는다)’을 좌우명으로 청렴한 공직 생활을 지낸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삶을 반추해 보는 시간.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자료제공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대한민국 외교 기반 마련한 최규하 대통령 가옥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한적한 길목 한편에 정원을 갖춘 아담한 주택 하나가 서 있다. 등록문화재 제413호로 지정된 ‘서교동 최규하 가옥’이다. 이 가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직접 건축하여 거주한 사저로, 1973년부터 1976년 제12대 국무총리에 임명되어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이주할 때까지, 그리고 대통령 퇴임 후 1980년부터 2006년 서거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 거주한 가옥이다. 내부에는 거주 당시의 생활 유품들이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1950~60년대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기반을 마련하고, 1973년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힘들 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설득하여 위기를 타개한 유능한 외교관이었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민생을 살폈으며,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고, 1979년 12월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제10대 대통령에 선출되었으나, 정치적 상황으로 1980년 8월 16일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조용히 서교동 사저에서 말년을 보냈다.

1970년에 지어진 미니 3층 주택,
최규하 전 대통령의 생활상과 넉넉한 인품이 깃든 곳

최규하 가옥은 1970년대에 주택 개량 사업으로 양산되던 미니 3층 주택이다. 지하층은 방과 주방 및 차고로 구성되었고, 1·2층은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좌우에 안방과 응접실, 서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층에는 말년 대통령 부부가 생활하던 작은 방(현재는 임시 관리실)과 살림살이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부엌이 있다. 명절이나 제사 등으로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할 때,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던 공간이다. 대통령 내외는 말년에 여기서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했다. 지하 부엌 우측의 문을 열면 차고가 있고, 당시 사용하던 차가 보존되어 있다.
특히 연탄 보일러실은 대통령의 인품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1978년 제1차 석유파동 때 강원도 장성 탄광을 시찰한 대통령이 광부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평생 연탄을 때겠다고 약속한 후, 평생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1층에는 안방과 응접실, 영부인이 기거하던 작은 방, 주방이 있다. 안방은 대통령 내외의 침실 공간이며, 생전에 아끼던 시계가 걸려 있다. 이 시계는 소아마비 아동들에게 시계 수리 기술을 가르쳐 자활을 돕는 ‘사랑의 집’에서 대통령에게 선물한 시계이다.
응접실은 대통령이 외부 방문객을 맞아 담소를 나누거나 말년에 주로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평소 라디오를 들으며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에는 골동품처럼 보이는 60년 된 선풍기와 장남이 미국에서 사용하다 가져 온 창문형 에어컨, 30년이 지난 소파와 탁자 등이 남아 있다. 총리 재임 기간 동안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면담 요청을 했지만 업무 외에는 만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작은 방에는 영부인 홍기 여사가 사용했던 싱거 미싱과 영부인이 즐겨 입던 한복이 전시되어 있으며, 주로 손님을 접대하던 식당에는 여러 벌의 컵과 술잔, 찻잔 등이 남아 있다. 특히 테이블 위에 전시된 찻잔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것을 옮겨온 것이다.

1950~2000년대에 걸친 생활 유품 500여 점 전시
쓸 만한 것을 버리는 법이 없었던 검소한 대통령

2층에는 서재와 자녀 방이 있고, 자녀 방은 현재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다. 서재는 대통령이 사용하던 오래된 책상과 의자, 철 지난 달력으로 만든 메모지가 남아 있다. 작게 오려 집게로 묶은 메모지를 통해 평소의 검소함을 가늠할 수 있다. 한편에는 외교관 시절 사용하던 여권과 외무부장관 임명장, 국무총리 임명장을 복제해 전시하고 있다.
자녀 방은 전시실로 꾸며져 대통령의 활약상을 사진과 패널,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이 착용하던 양복과 구두 등 의류품과 애연가였던 대통령의 라이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절약 정신이 강했던 영부인이 사용하던 핸드백과 동전지갑도 살펴볼 수 있다.
최규하 가옥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다양한 생활 유물들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현대 생활사 박물관에 온 듯하다. 평생 검소함과 절약하는 생활 태도로, 청렴하고 조용하게 살다 가신 대통령의 지난 삶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제10대 대통령(1979~1980) 최규하,
대한민국 국제사회 외교 기반 마련에 힘쓰다

1919년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1945년 8·15해방 후 서울사범대학에서 조교수로 교편을 잡았다가, 1946년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장으로 공무원의 길에 들어섰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농림부 양정과장이 되었으며, 그해 외무부 통상국장이 됨으로써 외교관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1959년에는 주일본 대표부 공사로서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ECAFE) 제11~13차 총회와 제4차 한일회담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자립 경제와 자주국방을 구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 기반을 마련했다.
외무부장관 시절(1967~1971)에는 주말레이시아 대사 시절부터 준비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각료회의(ASPAC)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외교 성과를 이루었다. 1973년 외교특별보좌관 시절에는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힘들 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직접 설득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했다.
1975년 12월 총리 취임 이후 주말에도 현장을 시찰하며 행동하는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였다. 항상 “부인 조심, 비서 조심, 자녀 조심”이라는 말로 공직자의 부패를 경계했다.

8개월의 짧은 임기 마치고 대통령 하야,
다시 서교동으로 돌아오다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자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고, 12월, 제1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당시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던 중동 지역 국가들과 우호를 증진하고자 순방에 힘썼다. 그러나 당시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신군부 세력에 의해 ‘12.12사태’가 일어났으며, 1980년 8월 16일 대통령에 당선된 지 8개월여 만에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당시 정국은 신군부의 탄압에 저항하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각계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는 격동기를 맞이했다.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에게 보내는 특별담화’를 발표하는 등 시국 수습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1980년 8월,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서교동 자택으로 다시 돌아왔다. 청와대 집무 249일, 청와대 거주 163일 만이었다. 1981~1988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지내고, 1991~1993년 민족사바로찾기 국민희의 의장을 지내는 등 조용한 여생을 보내다 2006년 10월 22일,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한국 헌정사상 정당에 관여하지 않은 직업공무원으로서 과장·국장·차관·장관·국무총리를 차례로 거쳐 대통령이 된 첫 번째 사람이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격동의 시기에 대한민국을 국제무대로 이끌기 위해 공헌한 바가 크며, ‘유근자공(부지런한 노력만이 그 공을 인정받는다)’을 좌우명으로 청렴하고 성실한 공직 생활을 지냈다. 평소 생활상을 통해 근검·절약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다.

최규하 가옥 관람 안내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5길 10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료 무료
관람예약 일 4회, 1회 15명 이내
문의전화 02-3114-2038, 02-2133-264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