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 가랑잎
저는
북한산 안골 계곡의
가랑잎입니다.
새벽에
세찬 소나기 내릴 때
그만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던 나무와 이별하고
힘센 바람이 떠미는 대로
이리저리 허공을 구르다가
비 그치고
바람이 잦아질 때
겨우 길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
어지럽던 정신을 가다듬고
돌아보니
등에
빗물이 몇 개
방울져 있었습니다.
북한산,
그 넓디넓은 산에
억수로 퍼 붇던 소나기,
그 무수한
빗줄기 중에
하필
내 작디작은
등에 내려 방울진
이 인연이 신비합니다.
햇빛이 뜨거워지면
방울들은
이내
스러지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만이라도
이
귀한 만남의 의미를
깊이깊이
음미 하고픈
저는
북한산 안골 계곡의
가랑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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